사실 제가 정치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참 웃깁니다. 좌파/우파, 진보/보수를 정확하게 구분하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정치에는 문외한인 제가 갑자기 선거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쓰고 싶어진 건,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밖에서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또 다른 감회가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곳, 샌프란시스코로 오기 전까지도 이번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실제로 대통령 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책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것과 맞물려 자기가 뽑히기 위한 선거운동이 아닌 다른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운동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꼬락서니가 영 봐주기 불편했었고요. 심지어는 저렇게 심한 비방이 왜 선거운동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찌됐든간에, 이번 선거는 이변이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대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으로 선출이 되면서 마감이 되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투표가 끝나고 나서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제가 생각하는 더 이상적인 모습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간 동안 온 힘을 다해서 알리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 후에 결과에 승복을 하던지 아니면 난 정말 자신 있었는데 왜 나를 뽑아주지 않았느냐, 무엇이 부족해서 나를 뽑아주지 않았는지에 대해 반문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최선을 다 했다면, 그에 대한 아쉬움도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깨끗하게 승복한다는 말은 그렇게 최선을 다 하고, 왜 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한테나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뽑히고 싶어서 상대방을 깎아 내리기만 하다가 결과를 보니 아니겠다 싶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척"하는 모습은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번 대선은 끝나고, 5년 뒤 그리고 또다시 5년 뒤....대선에 재도전하는 후보도 있을테고,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보여준게 많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에 대한 말도 너무 많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하지만, 일단 당선이 됐으니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대한민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Jean님의 "일머리를 안다"는 이명박, 그리고 노무현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과 우려하고 있는 것들은 어찌 보면 다른 어느 때보다 명확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저는 한쪽으로 치우쳐지거나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정치에서 진보/보수라고 하는 것처럼 분명히 흑/백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진보를 y축으로, 보수를 x축으로 하는 그래프에서 S자를 그리면서 우상향으로 수렴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그래프는 예전에 어떤 제안을 준비하면서 "문화와 기술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머리속에 떠오른 그림입니다. 어찌보면 서로 반대되는 극에 있지만, 반대로 서로의 견제가 없으면 결국 제자리에서 뱅뱅 돌게됩니다. 우상향의 어딘가에 있는 한 점을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 둘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한글로의 그들을 이해합니다.라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공수교대입니다. 따내는 것도 좋지만, 지켜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로 경기의 흥행은 그 해에 경기장을 찾은 관객의 수로 집계하는 것처럼, 정치의 흥행여부는 국민의 투표 참여율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국민들이 즐겁게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국민을 팬이라 생각하고, 프로정신에 입각해서 제대로 공격하고, 제대로 수비해주기를 바랍니다.

쓰다보니 두서없이 글이 길어지기만 했네요. 어찌보면, 앞으로 내가 몇십년 동안 해야 할 여행이 호텔팩이 될지, 노숙이 될지를 결정하는 일과도 같은데, 그동안 너무 무관심 했던 제 자신에 대한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흠, 한국 밖으로 나와서 생활하니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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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0 11:58 2007/12/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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